Keeping Place, Culture, and Identity in 21st-Century Urban Context
역사(history), 문화 (culture), 환경 (environment)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들을 소개하고 현대 도시에서 오래된 것들이 가지는 의미와 다양한 해석, 재생 및 활용에 대한 이론과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공유할 예정입니다. 누구든 자유롭게 역사보존이라는 주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삶터 조성에 관한 창의적인 비전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블로그의 주제인 역사보존은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북미지역에서 발전된 개념으로 건축물 보존(Architectural Conservation), 문화재 보존 (Conservation of Cultural Property), 유산 보존 (Heritage Conservation) 등 지역과 쓰임에 따라 다른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개념 자체가 다소 낯설고 명확한 정의가 부재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용어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역사 보존은 이전 세대가 남긴 유/무형의 역사 자산을 ‘온전하게 보호하여 유지 (保全)’와 ‘잘 보호하고 간수하여 남길 (保存)’ 목적으로 조사(survey), 연구(research) 및 가치평가 (value assessment)를 통해 유지, 보수, 관리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역사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E.H Carr, 1961)”라고 하면 역사보존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현재 세대와 과거의 대화 (a conversation with our past about our future)'이며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가치 있는 역사문화자산을 발굴하고 전승하는 일련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동안 진행된 역사보존운동의 흐름은 대략 1)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유럽 중심의 역사문화환경 정비와 복원활동, 2)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독립한 제3세계 국가들의 역사 되찾기 운동이 중심이 된 문화재 발굴 및 보존, 3) 1960년대 이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도시 재개발 (urban renewal)의 반발로 시작된 역사공동체 보존, 4) 1972년 이후 유네스코에 의해 채택되어 현재까지 활발하게 진행 중인 세계문화유산 캠페인 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20세기는 주로 중앙 정부에서 운영하는 보존기관이 주축이 되어 사회, 문화, 역사 정체성을 상징하는 사적지나 기념물 (historic sites and monuments)의 조사, 기록, 전시를 중심으로 전개되다가 20세기 중반 이후 북미의 대중사 운동 (public history movement)로 촉발된 인류학, 지리학, 민속학의 활발한 연구성과에 힘입어 사회-문화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거의 모든 형태의 문화자산 (cultural resources)으로 대상이 확장되었습니다. 새천년 이후 역사보존은 지구의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의 위기 (environmental crisis), 무분별한 도시화로 인한 공동체의 위기 (urban crisis), 세계화로 인한 문화 정체성의 위기 (identity crisis)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 문화, 경제적인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역사 보존은 역사가들에 의해 선택되고 구성된 사건(event)과 관련된 시간(time)과 장소(place)를 간직한 문화자산을 발굴하고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형식으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제반 활동을 의미합니다.
역사보존은 개인이 소속된 공동체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추구해 온 사회-문화적 변동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어 온 역사 정체성과 문화적 전통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영국의 자유주의 역사학자였던 시들리 (J.R. Seeley)는 “역사란 과거의 정치이며, 정치는 현재의 역사 (History is past politics and politics is present history)”라고 규정하면서 “정치를 배제한 역사란 무의미하며, 역사를 배제한 정치는 근본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와 문화자산을 다루는 역사보존도 공동체의 정치적 성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우리의 삶터를 둘러싼 역사, 문화, 환경에 대한 가치평가는 공동체가 지향하는 '시대정신'에 따라 새로운 해석을 토대로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이런 점에서 역사보존은 단순히 우리를 둘러싼 과거사를 둘러싼 시간과 장소를 발굴(identification)과 보호(protection) 뿐만 아니라 현재의 쓰임(contemporary needs)과 미래를 위한 가치(vision-driven)를 지향합니다.
역사 보존은 공동체의 고유한 장소성과 문화자산 활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경관 (Sustainable Urban Landscape)을 조성하고 문화다양성 (Cultural Diversity)과 사회형 평성 (Social Equity)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친환경적인 개발전략입니다.
건축, 도시계획 분야에서 역사보존이 추구하는 핵심 전략은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의 활용을 통한 공동체와 지역 경제의 활성화입니다. 역사 건물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가급적 동일한 용도로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하거나 (preservation / Conservation), 내부의 개보수를 통해 새로운 용도로 재활용되기도 하고(Adaptive Rehabilitation), 증축과 변형 (Renovation or Remodeling)을 통해 새로운 건물로 탄생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의 재활용을 통해 과도한 신축으로 인해 발생되는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는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내 다양한 경제계층의 공생을 위한 삶터 (affordable housing)와 안정된 부동산 시장 조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인 도시재생 사업에서 역사보존은 공동체의 역사적 장소성과 문화 정체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친환경 발전전략으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긍정적 효과가 입증되어 왔으며, 21세기 도시 역사경관 계획기법에서 문화 다양성 (Cultural Diversity)과 사회적 형평성 (Social Equity)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JELoM의 Tistory 블로그는 '쉽고 유익한 역사보존'을 주제로 독자들과 열린 소통을 지향합니다. 역사(history), 문화 (culture), 환경 (environment)을 주제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각 나라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도시에서 오래된 것들이 가지는 오늘의 의미와 미래를 위한 가치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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