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Same Bed But With Different Dreams?-Installation of Solar Panel without Compromising Historic Characters
일반적으로 역사 건물의 보존 (Architectural Conservation)하면 오래되거나 (olde) 낙후된 이미지 (out of date)를 떠올립니다. 다양한 이유 중 하나는 노후화에 따른 역사 건물들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필요에 대응하는 호환성(compatibility)이 결여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이런 선입관들이 모두 맞는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틀린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역사 건물 미관 정책과 친환경 에너지 정책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논쟁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지구 온난화는 이제 더 이상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기의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증가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기후변화라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관찰되기 시작한 극지방의 온도 상승으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 빙하의 감소, 그린란드 (Greenland)에 분포하고 있는 얼음 표면이 녹아 생기는 급격한 환경 변화는 지구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시급한 문제의 대안으로 등장한 개념이 그린 전략 (green strategies)으로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사회 전반의 노력”으로 우리에게 '친환경'이라는 용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친환경 (Environmentally-friendly)은 자칫 광범위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자원의 재활용과 대체 에너지 개발 등을 통해 대기 오염을 줄이고 ‘청청한’ 삶터를 조성하려는 기술적 전략을 의미합니다. 2017년에 출범한 문재인 정권이 발표한 국정 100대 과제 중 친환경 미래 에너지의 개발,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정책들도 친환경적인 삶터를 조성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입니다. 역사보존이 지향하는 건축물의 재활용은 대표적인 친환경 전략 중 하나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데 오래된 건물을 활용하여 건물을 새로 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사용을 억제하고 기존 건물에 사용된 에너지 (Embodied Energy)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 건물의 보존은 다양한 건축재료와 건설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전통적으로 우선시 되었던 가치 (교육적, 종교적, 문화적, 사회적)를 넘어 21세기 지속 가능한 도시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대중의 부정적 인식의 원인이 되는 현실적인 장벽들도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가 역사 건물의 에너지 효율에 관한 문제입니다. 역사 건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채택되는 다양한 친환경적 방식 중 에너지와 관련된 방식으로 풍력 터빈 (wind turbine)과 태양전지판 (solar panel)를 설치하는 직접적인 방식과 옥상 녹화 (green roof)가 있는데 오늘 살펴볼 내용은 태양광 전지판 설치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 내 역사 자산을 관리하고 운영하고 있는 국립공원 관리청 (NPS)가 규정한 역사 건물 재활용에 관한 지침(Secretary of Interior’s Standards)에 따르면, 역사 자산으로 등록된 건물에 설치되는 태양전지판에 관한 규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Adding solar panels to historic properties can have a significant impact on the character and visual qualities that convey a property’s cultural significance. Solar panel installations should not become prominent new elements that detract from the character-defining features of a building or landscape.”
“역사 자산에 태양전지판을 추가하는 것은 문화적 중요성을 전달해 주는 자산을 성격 및 시각적 특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태양전지판은 건물이나 경관의 주요 특징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치되어야 합니다.”
이는 태양전지판 설치가 역사 건물의 고유한 미적 가치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연방기관의 방침인 만큼 하부기관 (주, 카운티, 시 등)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유사한 원칙을 고수하는 분위기입니다. 평지붕의 경우에는 태양전지판 설치에 관한 규정이 단순한 편이지만 (평지붕 면적을 벗어나서 시각적으로 돌출되는 것만 금지하고 있음) 경사지붕의 경우 건물의 성격을 규정하는 (character-defining feature) 전면부 대신에 시각적으로 간섭이 덜 한 측면이나 후면 지붕에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태양전지판 설치는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하던 기존의 에너지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에너지 자원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활용방식인 반면 역사 건물의 완전성 (Integrity)과 충돌하는 문제라서 심의기관인 역사보존 위원회와 건물 소유주들 사이에 분쟁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건물 소유주의 입장에서 보면 태양전지판 설치는 기존 건물의 골격 (historic fabric)을 유지하면서 단순히 탈착이 가능한 집열판만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보존위원회의 별도 심의 절차 없이 설치 가능한 덧창, 홈통, 차양, TV 수신용 안테나 등의 설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태양전지판 지지자들은 '(공동체의) 역사와 지구의 미래'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합리적인 방법이며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유의미한 행동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역사 건축물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문제에 관한 상반된 입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최근 타코마 (Takoma) 역사지구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과 워싱턴 D.C. 역사보존심의위원회 사이에 발생한 논쟁을 들 수 있습니다. 타코마 역사 지구에 소재한 108년 된 주택에서 35년째 거주 중인 스티브 프레이 스터 (Steven Preister)는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면 향후 100년 정도 집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주택 점검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주택의 현관 상부 지붕 (Porch roof)과 다락 지붕 (dormer roof)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게 됩니다. 그가 전지판을 설치한 두 곳은 도로에서 시각적으로 노출된 전면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없이 설치가 허용되었습니다.
문제는 그가 집의 전면에 추가 공사를 계획하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웃 주민들에게 동의를 받은 후 전면 지붕 태양전지판 설치에 관한 추가 공사 계획서를 역사보존 심의 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역사 건물의 미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참석위원 6명 중 5명의 반대로 기각됩니다. 그는 소명 발표를 통해 “2032년까지 시 전력의 100퍼센트를 재활용 에너지로 바꾸고 이 중 10퍼센트를 지역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에너지로 하겠다”는 워싱턴 D.C. 정부의 친환경 전략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주택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것은 시의 친환경 정책에 기여하는 행위이므로 위원회의 심의 기각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호소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국 심지어 그의 공사 제안서에 찬성표를 던진 심의위원 조차 지속가능성이 심의 결과를 둘러 산 쟁점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태양전지판이 덜 보이게 할 수 있는 다른 방법 찾아보라”라고 권유합니다.
하지만 이 심의 결과는 지역 언론을 통해 역사보존의 원칙과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Climate Change)라는 현안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고, 결국 2019년 10월 워싱턴 D.C의 역사보존위원회는 역사 건물에 태양광 에너지 설비 설치에 관한 규정을 완화하는 지침을 발표하게 됩니다. 기존에는 역사지구 내 중요자산 (contributing property)로 지정된 건물에 태양전지판 설치 시 도로에 면해서 전지판이 시각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경우는 예외 없이 엄격히 규제했지만, 개정 안에서는 시각적 침해 (visible interruption)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하는 수준으로 완화된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도로에 면한 건물의 전면 지붕의 끝부분이나 지붕골에 설치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역사위원회가 건물 미관에 대해 견지하고 있는 보수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수용하고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거나 논의 중인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태양열 사용권한을 명시한 법안(California’s Solar Rights Act)은 정부가 개인의 태양에너지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선'에서 규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Reasonable restrictions" under the law "include those that do not significantly increase the cost of the system or significantly decrease its efficiency or specified performance or allow for an alternative system of comparable cost, efficiency and energy conservation benefits."
법률에 근거한 “합리적인 규제”란 “(태양전지판)의 설치비용이 과도하게 상승하거나 에너지 효율, 전지판 본연의 기능이 현저히 줄어드는 경우 또는 동일한 비용, 효율,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는 대체방안이 존재하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위스콘신주 베이필드 (City of Bayfield)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전지판 관련 정책 지침도 기존의 전면 설치 규제보다 유연한 허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In situations where the roof is sloped, it would be best to choose a location with the least aesthetic impact. That may mean considering placing the system on the east or west side of the building, rather than on the optimum south-facing location.
“경사지붕의 경우 미관에 가장 적게 영향을 주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건물의 (거리에 면한) 정남향보다는 동향 혹은 서향에 (태양전지판의) 설치를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태양전지판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사용의 문제는 단위 건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마을 혹은 주택 단지에 설치되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문제로 시행사, 정부, 주민 간 갈등이 조성되기도 합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태양열 에너지 사용은 각종 배기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효과 (greenhouse effect) 감소, 전지판 설치 사업 활성화로 인한 다양한 직업창출 및 더불어 세수증대 효과, 소비자가 부담할 전기세 절감 및 (장기적 관점에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 (Community Resilience) 향상 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공사를 반대하는 이들은 대규모 태양열 발전시설 공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생태계 침해- 야생동물들의 삶터 소멸과 최근 진행된 연구결과를 근거로 대량으로 설치된 태양전지판에 축적된 열은 인근 지역의 지표온도 상승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도시나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한 열섬효과 (Heat island effect)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더욱이 태양전지판은 반영구적이 아니라 일정 시간 (현재 기술을 기준으로 25-30년)이 지나면 새로 교체해야 하고 이는 집열판에 사용되는 전지 등 부품의 처리 및 재활용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구온난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역사 건물 고유의 미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친환경적 에너지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역사 건물의 전통 가치 (고유성, 진정성, 온전성)와 21세기 현대 도시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은 향후 더 높은 수준의 현실적 타협을 찾을 수 있을까요?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역사보존 정책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요? 워싱턴 DC. 역사위원회에서 시작된 합리적인 변화가 역사보존과 친환경 정책 간에 더 많은 현실적 접점을 찾아가는 다양한 노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JELoM의 Tistory 블로그는 '쉽고 유익한 역사보존'을 주제로 독자들과 열린 소통을 지향합니다. 역사(history), 문화 (culture), 환경 (environment)을 주제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각 나라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도시에서 오래된 것들이 가지는 오늘의 의미와 미래를 위한 가치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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