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omfortable Transformation of Historic Churches from Sacred to Secular: Reuse of Historic Churches Beyond Religious Memories
다양한 문화 자산 중에서 건축은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이 반영된 시대 정신이 공간적으로 재현된 것으로 당대의 가용한 재료(material)와 구축 술(construction technique)을 통해 용도에 따라 독특한 구조와 공간의 형태로 완성됩니다. 흔히 건축을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이나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로 비유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입니다. 오늘은 미국 사회의 보편적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건축 유산 중에서 오래된 교회(historic church)의 활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영국 성공회의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이주해 온 청교도들(Pilgrims)이 개척하고 일군 나라로 초기 정착 시절부터 기독교적 이념과 금욕적 생활 철학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하나님 안에서 우리는 믿는다 (In God We Trust)”는 모토는 미국 조폐국이 1864년 2센트 동전에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유통되는 모든 화폐에 새겨져 있고, 다수의 주에서는 기독교와 관련된 공휴일에는 주류 판매가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보존 활동에서 교회는 종교적 정체성과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전통을 간직한 대표적인 역사 자산이며, 국가 역사 장소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등록된 교회 수만 5,400여 개 (2019년 기준)에 이릅니다.
그런데 최근 기독교 인구의 감소로 늘고 있는 교회의 공실 (vacancy)에 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각종 언론과 연구기관을 통해 보고되고 있고 많은 도심 교회들이 줄어든 후원금과 헌금으로 존립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소수의 신도들과 일주일에 불과 몇 시간의 예배모임을 위해 덩치 큰 교회 건물을 운영해야 하는 현실에서 지속적인 적자 운영과 건물의 매각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입니다.
워싱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정치 싱크탱크(nonpartisan think tank)인 퓨 연구센터 (Pew Research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85퍼센트에 육박했던 미국의 기독교인 수치는 2012년에는 78퍼센트로 감소하다가 2019년에 설문조사에서는 65퍼센트만이 자신을 기독교인 (Christian)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 중 예배에 참석한다(Congregational Participation)는 응답자는 45퍼센트에 그친 반면 특정 종교가 없다(nones)고 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매년 3,700개의 크고 작은 교회들이 자발적 폐쇄를 결정하고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의 부동산 투자 회사인 CoStar Group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개발업자들에게 매각되어 다른 용도로 재개발된 교회건물의 수가 이전에 비해 3배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일례로 2016년에 시카고 로마 가톨릭 교구청이 늘어가는 재정적 부담과 성직자들의 부족을 이유로 향후 15년간 약 100여 개의 가톨릭 성당과 학교를 폐쇄하고 일부를 민간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 여론을 들끓게 했습니다.
도시의 경기침체의 지표 중 가장 쉽게 발견되는 현상 중 하나는 기존 건물의 공실률 증가입니다. 주택이나 상가의 경우 민간에 매입된다면 신축이나 재활용되지만 그렇지 않고 장 기간 방치된다면 정부기관에 의해 철거되는 운명을 맞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교회처럼 특정한 목적을 위해 조성된 종교 시설은 공실이 발생할 경우 철거나 보존 어느 쪽이든 상당한 지출이 발생하고 주택이나 상가의 경우와 달리 재 활용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교회의 불규칙한 내부 공간, 두꺼운 내외벽, 제한적인 빛의 유입, 불편한 외부로의 접근성, 길게 뻗은 색깔 창 (stained glass)과 같은 독특한 건축적 특성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이나 주변에 위치한 교회 시설의 경우에는 입지적 특성에 주목한 발 빠른 개발업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한때 도시의 랜드마크로 아름다운 역사경관의 상징이었던 오래된 교회의 상당수가 도심의 번화가나 사람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천편일률적인 주거나 상가 디자인의 대안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열린 평면, 노출된 벽돌, 곡선형 천장, 아치 형태의 창문 등 교회 건축 특유의 독특한 공간과 디테일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교회가 매각되면 대다수의 경우 주변 상권의 맥락과 투자 대비 이익을 고려해 기존 건물의 원형 유지보다는 철거 후 신축하는 방식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거나 기본 구조를 보존하면서 다양한 상업적 용도를 접목해서 새로운 공간으로 재 탄생합니다. 보존 건축가들은 후자의 경우를 위한 다양한 디자인과 계획기법을 시도하고 있으며 오늘은 주목할 만한 몇 개의 사례를 통해 교회 시설의 보존과 활용을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때 고려해야 할 세 가지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상업적인 활용을 위한 교회 시설의 보존은 사업의 경제적 합리성과 주민들의 감성적 저항 사이에서 적절한 합의를 통해 진행되어야 합니다.
보스턴의 삼위일체 독일 가톨릭 교회(Holy Trinity German Catholic church)의 재활용 사례는 옛것 (the old)과 신성(the holy)을 강조하며 ‘보존’을 주장하는 주민과 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염두에 둔 개발업자 간에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절충된 결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교회는 19세기 초 보스턴에 정착한 독일 이주자들에 의해 1844년 문을 연 뒤 1877년 증축되었고 이후 독일 이민사회의 문화적 구심점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2004년 보스턴 교구청은 성직자들의 노령화, 교인의 감소, 관리 비용의 상승 등을 이유로 보스턴 지역 교회의 통폐합을 발표했으며, 2008년에 교회의 매각을 결정하게 됩니다. 교회가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면서 지역 미디어를 통해 시민들의 찬반양론이 엇갈리던 상황에서 2014년 보스턴의 개발업자인 브루스 다니엘(Bruce Daniel)에게 7백만 달러에 매각됩니다. 교회가 위치한 도심 지역의 높은 물가와 사업 타당성을 고려해 완전 철거 후 재개발을 추진하려던 그의 계획은 지역 주민들과 신도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교회의 외관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내부를 개조한 호화 콘도를 건설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We understand the history and significance to people living in the area,’’ he said. “But it was no longer a church. It’s deconsecrated. We looked for a fresh combination of the new and the old.’’
(Jim Alexander, Interview with Local Newspaper)
“우리는 지역 주민들에게 교회의 역사와 (교회 건물이 갖는)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매각 후 사업이 시작된 당시에) 이 건물은 더 이상 교회가 아니었고 (교회로서의 기능이) 해체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다만) 옛것과 새것이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교인들의 추억과 교회의 역사가 서려있는 1863년에 설치된 종을 비롯한 오래된 예배 용품들은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통합된 교회(Cathedral of the Holy Cross)로 무사히 이전되었고, 2017년 60 만 달러부터 4백만 달러에 분양된 33개 주거 공간으로 재 단장되었습니다. 디자인을 담당했던 건축가 짐 알렉산더(Jim Alexander)는 교회의 전면부를 살리면서도 고딕 형식의 장식들과 경사지붕 및 주변 경관을 고려해 8층 높이의 유리와 철로 구성된 사각형 박스를 교회 후면의 두꺼운 석벽 안쪽으로 삽입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여전히 일부 주민들의 조롱과 냉소는 피할 수는 없었지만,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교회의 모습이 보존되고 지역의 ‘오래된 정체성’을 반영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활용 사업의 대상이 되는 교회 건물과 관련된 법적 제약, 운영 예산, 공간적 특수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지속 가능한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유명 건축가 리처드 웁 죤 (Richard Upjohn)에 의해 설계된 뉴욕 소재 홀리 코뮤니온 교회 (Holy Communion Church)는 지속 가능한 활용계획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독특한 사례입니다. 1852년에 당시 뉴욕의 부촌이었던 6번가에서 영국 성공회 교회로 시작해서 이후 한 세기 동안 번창했던 이 교회는 1960년대에 불어닥친 개발 열풍으로 지역의 높은 물가에 부담을 느낀 이주 주민의 증가로 신도수가 급감하면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1976년에 주변 지역이 범죄로 몸살을 앓게 되자 교구청은 예술가, 과학자, 학자들의 연구 단체인 린디 스파르네 협회 (Lindisfarne Association)에게 연간 단 1달러에 99년간 사용할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건물을 임대해 주었지만 협회는 매년 15,000 달러에 육박하는 난방비와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퇴거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후 이 교회는 약물과 알코올 중독 재활 치료를 위한 비영리단체(Oddyssey House)에 의해 인수되었다가 오래지 않아 경영악화를 인해 부동산 경매를 통해 1983년 나이트클럽 감독인 피터 가티엔(Peter Gatien)에게 인수됩니다. 이후 교회는 수녀관, 기도실, 본당을 개조한 로비, 개인 라운지, 댄스 플로어를 갖춘 나이트클럽으로 재 단장되었고, 신디 로퍼 (Cynthia Lauper), 건스 앤 로지스 (Guns N’ Roses), 앤디 워훨(Andy Wahol)등 당시 대중문화계의 유명인사들이 방문하는 등 뉴욕 밤 문화의 상징적 장소로 입지를 굳히게 됩니다. 성스런 교회 공간에 조성된 나이트클럽은 지역주민과 미디어의 끊임없는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시 당국에 의해 잇따른 마약과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수사가 진행되면서 2007년 사업장이 폐쇄되고 교회 시설은 한동안 방치되게 됩니다.
3년 후인 2010년 나이트클럽에 사용되었던 시설들이 철거되었고 교회는 3층 규모의 쇼핑센터로 재 단장되어 문을 열게 됩니다. 하지만 교회가 문을 닫기 직전인 1966년에 뉴욕 랜드마크 위원회에 의해 역사기념물로 지정된 관계로 일체의 외부 광고판 설치가 불가능해지면서 쇼핑몰의 홍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교회 특유의 공간 구조에 조성된 어지럽고 불편한 동선은 고객의 불평과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사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잠시 백화점으로 전용된 후 2014년에 유명 헬스클럽 사업체인 데이비드 바통 짐 (David Barton Gym)에 의해 인수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난 50여 년 동안 홀리 코뮤니온 교회에서 시도된 실패와 성공의 활용사례들은 종교 시설 본연의 목적과 세속적인 쓰임에 대한 기회와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종교 건축 본연의 ‘공공성’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합니다.
뉴욕의 버펄로(Buffalo, NY) 지역은 공실 중이던 교회들이 불교 사찰, 모스크, 다른 교파의 교회로 새롭게 재 단장되어 사용되는 이른바 ‘종교 대 종교 공간 활용(Faith to Faith Conversion)’이라는 독특한 현상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저소득 층 ‘이민자들의 관문’인 버펄로는 20세기에는 이태리, 아르메니아, 멕시코, 푸에르 토리코 출신의 이민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던 곳으로 21세기에 들어서 베트남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시아 및 이슬람 문화권 국가 출신 이민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습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위한 불교와 명상센터 건물을 물색하던 베트남 출신 승려 티 민 튜엔 (Thich Minh Tuyen)는 2007년에 신도수 감소로 문을 닫았던 성 아그네스 가톨릭 교회(Saint Agnes Catholic Church)를 25 만 달러에 매입 후 현재 샹가 빅수 불교 연합 (Shanga Bhiksu Buddhist Association)의 사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사한 사례로 2년째 비어있던 평화의 여왕 로마 가톨릭 교회(Queen of Peace Roman Catholic Church)도 2007년 버펄로 이슬람 모임 (Muslim Society of Buffalo)에 의해 30 만 달러에 인수된 후 6개월의 내부 공사를 거쳐 카펫이 깔린 열린 예배 장소로 거듭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교회 내부 공간의 변신입니다. 성 아그네스 가톨릭 교회는 십자가가 위치했던 제단에 2,000 파운드 규모의 불상이 설치되었고 교회 본당 입구의 전면 홀에도 6개의 불상을 두었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특징인 색유리 창은 보존되었지만 그 주변으로 화려한 불교 차양과 현수막이 설치되었습니다. 평화의 여왕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는 이슬람 예배의 전통에 따라 성인이 새겨진 모든 벽화를 하늘색으로 덧칠해서 가려졌고 재단의 성상 역시 철거되었고 기존의 색유리 창은 평범한 불투명 창으로 교체했습니다. 두 사례는 신앙의 차이를 열린 건축적 해석을 통해 보완하면서도 교회의 건축적 정체성도 함께 보존되고 있는 흥미로운 사례로 지역사회가 필요한 사회-문화적 활동을 위한 공간 활용이라는 점에서 ‘공공성’이 돋보이는 활용 사례로 평가됩니다.
지금도 역사 도시를 중심으로 오래된 지역 교회 시설의 활용에 관한 다양한 사업이 진행 중이고 철거와 활용 사이에서 절충적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철거의 위험에 노출된 역사자원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교단은 안정적인 재정의 확보, 지역사회는 모임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정부는 건물 활용을 통해 발생하는 세수 증대라는 선순환적 효과가 있는 반면에 미국의 시대정신과 사회-문화적 정체성이 녹아 있는 상징적 종교 시설의 상업화라는 점에서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변신(uncomfortable transformation)'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종교 시설의 상업적 활용은 과연 ‘신성’과 ‘세속’의 가치 사이에서 한쪽으로 기울어 버린 현대 도시의 자본주의적 민낯을 보여주는 무분별한 개발의 또 다른 모습일까요? 아니면 역사 자원의 활용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삶터의 조성이라는 21세기의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고려한 우리의 시대적 합리성의 반영일까요?
JELoM의 Tistory 블로그는 '쉽고 유익한 역사보존'을 주제로 독자들과 열린 소통을 지향합니다. 역사(history), 문화 (culture), 환경 (environment)을 주제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각 나라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도시에서 오래된 것들이 가지는 오늘의 의미와 미래를 위한 가치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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