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uilding Historic Neighborhood during the Post-Katrina Community Recovery – Brad Pitt’s ‘Good-Will' Hunting in New Orleans, Louisiana
2016년과 2017년 연이어 발생한 경주와 포항의 지진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우리의 삶터가 순식간에사라질 수 있다는 국민적 경각심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포항지역에 발생한 피해는 1천797명에 달하는 이재민들이 순식간에 삶터를 잃었고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정부가 마련한 임시거처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복구예산과 관련 법률 입안에 대한 정치적 공방 속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동아일보 2019년 12월 28일 자) 미국도 매년 발생하는 자연재난으로 인한 인적피해와 경제적 손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특히 5월부터 11월 사이에 대서양과 멕시코 연안에서 상륙한 열대성 허리케인으로 최근 들어 해마다 발생하고 있으며 막대한 사상자와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삶터를 잃은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등 자연재해를 피해 현 거주지를 떠나 타 지역으로 옮겨가는 대규모 인구이동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고, 이로 인해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효과를 일컬어 '재난 젠트리피케이션(Disaster Gentrific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축, 보존, 환경, 도시 전문가를 중심으로 재난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연구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뒤 여전히 복구가 진행 중인 루지애나 주 뉴올린즈 (New Orleans, LA)에서 진행 중인 비영리단체와 주민들 간에 불거진 법적 분쟁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2005년 8월 미국 멕시코만에 상륙한 뒤 루지애나 (Louisiana), 미시시피(Mississippi), 앨라배마(Alabama), 플로리다(Florida)에 걸쳐 심각한 피해를 입힌 허리케인 카트리나(Hurricane Katrina)는 자연재해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적 손실 (총 80억 달라 추산)을 가져온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 중 루지애나 주 뉴올린즈는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으로 아프리카, 프랑스, 미국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도시 문화와 흑인의 정서를 대변하는 재즈 음악의 산실로 찰스턴(Charleston, SC), 사바나 (Savannah, GA)와 더불어 미국 남부 문화를 상징하는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미시시피강을 따라 조성된 뷔 카레 (Vieux Carré) 지구를 비롯한 14개의 역사지구로 조성된 독특한 도시경관과 다양한 문화체험과 공연을 보기 위해 2018년 한 해에만 1851만 명의 관광객이 도시를 방문했고, 9억 천만 달러의 관광 관련 수입을 기록할 정도로 미국과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초속 400마일의 강풍을 동반한 초대형 3등급 허리케인인 카트리나가 뉴올린즈를 강타한 것은 2005년 8월 29일 아침입니다. 도시의 평균 고도가 해수면보다 6 피트 (약 1.8 미터) 정도 낮은 위치에 자리 잡은 지리적 특성때문에 미시시피 강을 따라 홍수방지용으로 건설되었던 제방이 붕괴되면서 유입된 강물의 범람으로 도시 면적의 80퍼센트가 물에 잠기면서 1,570여 명의 사망자와 50 억 달러로 추정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최악의 자연재해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보존 전문가들에게 재난 상황에 취약한 역사 건물의 방재 및 복구에 관한 현실적인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기후변화 (Climate change)는 건축, 도시, 역사보존 연구분야에서 최우선적인 연구과제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도시 곳곳에는 당시의 수해로 발생한 피해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며 로워 9번 자치구 (Lower Ninth Ward)도 그중 한곳입니다.
이 지역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전까지 뉴 올린즈에서 흑인 가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시 지정 역사 지구인 홀리 크로스 (Holy Cross neighborhood)를 포함하고 있는 전형적인 저소득층 밀집지구입니다. 미시시피 강과 인접한 산업 수로(Industrial Canal)에 인접한 지리적 조건과 허리케인으로 불어난 물쌀을 견디지 못하고 제방이 무너지면서 지역 전체가 수몰되는 참사가 발생하게 됩니다. 한 달 후 허리케인 리타(Rita)에 의해 재차 수해를 입으면서 국내외 미디어를 통해 허리케인 피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관광중심지에 위치한 다른 역사지구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는 시 당국의 복구 작업과 정치권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비영리단체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다소간의 수해 복구가 진행되던 2007년에 놀라운 소식이 주요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됩니다. 이 지역의 복구를 돕기 위해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이재민들을 위해 주택건설을 지원하는 비영리기관 ’Make It Right’의 설립을 발표한 것입니다.
세간의 화제를 모은 것은 그가 밝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었습니다. 재단은 주택 건설 사업 파트너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 (Frank Gehry), 워싱턴 DC의 흑인이민자 (Africa-American) 국립 박물관 설계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아자 (David Adjaye) 같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하고 다양한 친환경 건축재료를 활용한 명실상부한 최상의 친환경 주택 건설을 약속합니다. 더 놀라운 점은 재단이 설계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재난에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심지어 이재민들의 경제적인 사정을 고려한 소득 맞춤형 모델 (단층 주택: 15만 달러, 복층형 20만 달러)을 제공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009년 백악관 대변인 낸시 펠로시 (Nancy Pelosi)는 그를 “ 뉴올린즈 주민의 진정한 영웅 (a real hero for the people of New Orleans)”라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Well, Brad Pitt is a tough boss…we had to build houses that were safe, affordable, green, adaptive, durable, designed by award-winning architects, designed around residents’ needs.” (Tom Darden at the PopTech Conference Speech on Youtube)
“브래드 피트는 까다로운 상사였습니다… 우리는 유명 건축가들에 의해 설계된 안전하고, 저렴하며, 친환경적이고 지역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주택을 건설해야 했습니다.” (톰 달든, PopTech 회의 연설)
사실 피트의 재단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처음 실행에 옮긴 일은 주택건설사업의 기금 마련을 위해 독특한 폴리를 활용한 수해피해를 알리는 대중적인 캠페인으로, 브레드 피트가 영화 촬영차 방문한 뉴 올린스에서 우연히 영감을 얻어 시작한 사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촬영 중 우거진 숲 속에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효과를 위해 임시로 만들어 둔 분홍색 구조물이 "허리케인 이후 방치되어 있던 로우 9번가 지역의 처참함과 향후 새롭게 재단장 될 집을 상징하는 은유 (Metaphor)가 되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에 소재한 건축사무소 그라프트(Graft)와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재단 실무진은 피트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150개의 분홍색 구조물들을 9번가의 14개 시티 블록에 설치했고 전시와 자선 행사를 통해 실질적인 주택건설을 위한 기금을 조성했습니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피트와 Graft는 뉴올린즈에서 활동하는 건축사무소뿐 아니라, 2014년 건축의 노벨상이라 부르는 프리츠커 상 (Pritzker Architecture Prize) 의 수상자인 시게루 반 (Shigeru Ban), 톰 메이네(Thom Mayne), 스카르파 (Pugh + Scarpa)를 비롯해 건축과 도시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국제적인 명성을 받고 있는 MVRDV 건축그룹 등 총 21명의 건축가들의 참여로 완성된 13개의 안을 유치하게 됩니다. 특히 2011년에 프랭크 게리가 방 4개와 욕실 4개로 설계한 1780 SF (165 평방미터) 규모의 주택은 집주인의 의견을 바탕으로 태양전지판을 이용한 크린 에너지, 에네지 절감형 메탈 지붕, 50년 이상을 견딜 수 있는 외벽, 해충과 습기에 강한 목재, 친환경 소재의 페인트 등 최상의 건축 재료와 친환경적 공법을 활용하여 설계되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의 거장이 미국에 지은 22번째 주택이자 루지아나 주에 건설된 최초의 작품이라는 상징성이 부과되면서 수많은 국내외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피트와 재단의 이재민을 위한 주택건설 사업은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I really believe in what Brad is doing for the community and was honored to be included…I wanted to make a house that I would like to live in and one that responded to the history, vernacular and climate of New Orleans. I love the colors that the homeowner chose. I could not have done it better.” (Frank Gehry)
“브래드 피트가 공동체를 위해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믿음이 있고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내가 들어가 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면서도 뉴 올린즈의 역사, 풍토,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습니다. 저는 이 집의 의뢰인이 선택한 색상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
2016년까지 재단이 뉴올린스에 지은 집은 총 109 가구로 건축비는 총 2천6백만 달러가 소요되었으며 유사한 사업이 뉴저지 (New Jersey), 캔자스(Kansas)를 비롯해서 몬타나(Montana)의 인디언 보호지역에도 진행되어 다수의 주택이 건설되었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사업은 성공적인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2013년 재단에서 구입한 주택에 살던 주민은 집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에 대해 함구하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되고 이후 1년 뒤에는 24가구에서 목재가 썩는 동일한 현상이 발견되면서 재단의 선행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단의 관계자는 무독성 목재를 사용했으나 뉴올린즈의 습한 날씨를 견딜 수 없었다고 인정했으며, 2015년 뉴올린즈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브래드 피트 자신도 “사업 초기에는 재단이 순진하게도 단순히 우리가 집을 지을 수 있을까라는 문제만을 고민했지 (건설 이후에) 얼마나 힘든 작업일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못했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현재 재단에 의해 건설된 주택 중 상당수가 이런저런 기능상의 문제로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공사에 사용되었던 자재들이 부식되고 벽체가 붕괴되는 등 부실공사로 의심되는 징후들이 연달아 발생했으며 일부 주민들은 가스 유출과 누전으로 인한 화재에 노출되어 있다고 호소하는 가 하면 심지어 지붕 누수로 인해 벽에서 곰팡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8년 9월 12일 자 NBC 뉴스 등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피트와 재단을 상대로 세대주들이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재단으로부터 주택을 구입했던 두 세대주가 공동으로 선임한 변호사를 통해 ‘집주인들에게 디자인과 재료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 에 대한 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부적절한 공사로 인해 하자가 발생한 집 (“defectively and improperly constructed" homes)을 판매했다’는 사유로 브래드 피트와 와 Make It Right 재단을 고소한 상태입니다. 소송 서류에는 재단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주택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파악했지만 주민들이 (함구를 위한) 비공개 협약을 맺을 때까지 수리를 미뤘다고 합니다.
현재 고소를 당한 피트의 재단 역시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건축가 존 윌리엄스 (John Williams)와 그의 건축사무실을 상대로 지붕 누수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고소를 진행 중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재단이 2018년도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홈페이지가 폐쇄되면서 실질적으로 활동을 멈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트는 대변인을 통해 그가 주민들과 재건을 약속했으며 꼭 지키고 싶어 한다는 애매한 성명만을 발표한 상태입니다. 집주인들의 소송은 이제 연방법원으로 향하고 있고 브래드 피트의 변호사들은 그를 소송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청원해 놓은 상태입니다.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인 만큼 성급한 결론보다는 조금 더 사건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브레드 피트와 그의 비영리재단 “Make It Right”의 활동은 대중의 인지도를 이용해서 유명 배우가 벌인 무책임한 일회성 자선 사업으로 우리에게 기억될까요? 아니면 정부의 재난대책과 정치권의 관심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이재민을 위한 민간 주도 주택건설 사업의 성공적 사례로 평가되고 향후에도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수 있을가요? 오늘 살펴본 뉴 올린즈의 사례는 자연재해와 이재민을 위한 삶터의 복구과정에서 언제든 우리 주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재난이 휩쓸고간 지역 공동체의 ‘오래된 기억 (Collective Memories)’이 간직된 삶의 터전을 복구하는 작업은 새로운 개발을 통한 일시적인 해법 (quick fix) 보다 시행주체와 주민 간에 더 많은 시간과 인내를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소통이 필요한 작업임을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포항 지진으로 삶터를 잃은 이재민들과 뉴올린즈의 로우 9번 자치구 주민들을 둘러싼 삶터 복원의 논쟁들이 신속하게 바람직한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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