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보존 (Historic Preservation)/도시재생 (Urban Regeneration)

애플 스토어(Apple Store)의 디자인 전략과 역사보존의 상승효과

When A Bad Preservation Becomes a Good Stewardship: Renewed, Restored, and Reimagined Historic Carnegie Library by Apple.

 

2017년 완공된 애플 사의 신사옥과 공원 전경,  www.oneatlas.com

 

미국 캘리포니아 쿠페르티노(Cupertino, CA) 본사를 두고 있는 애플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함께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테크 기업 중의 하나로 우리에게는 아이폰(iPhone), 아이패드(iPad), 맥북(MacBook) 비롯한 각종 소비가전, 컴퓨터 소프트웨어, 온라인 서비스등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9 12 애플의 시가총액은 한때 1 1630 달러 (한화 1402, 환율 1194.3 기준) 기록하면서 한국 코스피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1384 ) 넘어서기도 했을 만큼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시장의 표준을 제시하는 기술력, 감각적 마케팅으로 세계 테크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다양한 역사 건물들을 활용해 감각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애플의 오프라인 주력 매장들 사례를 통해 오래된 공공건물의 활용 방안을 두고 자주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성(Public Interests)’ 민영화(Privatization)’ 논란에 관해 함께 생각해 볼까 합니다.

 

 

이스트 59가와 5번가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의 글라스 박스 디자인., James Messerschmidt

“The core to Apple’s next era of success is selling not just Apple Watches, but a lifestyle to go with them.”

다음 세대 애플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은 애플 워치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함께 실현할 있는 생활방식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애플의 창업자 중 하나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 애플 사(Apple, Inc.)의 제품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감각으로 디자인된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과 주력 독립 매장(Flagship stand-along store)을 선보이면서 애플을 미국 최고의 소매업체로 이끄는 성공했습니다. 특허 받은 유리 박스와 계단, 알루미늄 패널로 장식된 건물은 대중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2006년에 뉴욕 5번가 (Fifth Avenue)에 문을 연 유리 큐브로 주력 독립 매장과 2017 공개한우주선 (Spaceship)’이라는 네임이 붙혀진 원형 구조물로 유명해진 캘리포니아 쿠페르티노(Cupertino, CA) 조성된 애플파크(Apple Park) 이런 애플의 디자인 철학을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물은 2016년부터 애플 매장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Poster)에 의해 설계되었습니다. 그런데 알려진 애플 고유의 미니멀한 디자인 전략 중에는 우리가 눈치 채지 못했던 비밀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바로 애플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도시에 애플스토어를 계획할 때마다 활용하고 있는 차별화된 입지선정과 디자인 전략으로 유서 깊은 도시의 유산,  다양한 이야기 녹아 있는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2016년 샌프란시스코 유니온 스궤어 (Union Square)에 문을 연 애플 주력 매장, Apple.com

애플의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콘서트, 예술 전시회, 사진 강연회  애플의 이미지와 연관된 중요한 행사가 열리는 애플의 주력 독립 매장은 고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경외심(sense of respect)을 일으킬  있는 오래되고 유명한 지역 내 역사 건물 활용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고인이  2011년까지  CEO  (Timothy Cook) 판매 부사장이었던  존슨(Ron Johnson) 애플의 주력 독립 매장 사업을 진행했고, 2014부터 2019년까지 애플의 소매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던 안젤라 아렌츠(Angela Ahrendts)가 뒤를 이어 사업을 총괄하게 됩니다. 특히 포스터 앤 파트너스 (Poster+Partners)와 협업하여 문을 연 2016년 샌프란시스코 유니온 스퀘어 (Union Square) 매장을 계기로 애플의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담을  있는 지역 공동체를 위한 장소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관한 새로운 미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애플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51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늘 살펴 볼 애플 카네기 도서관 매장은 2019년에 새롭게 문을 연 7개의 매장 중 하나이면서, 애플의 현 CEO인 팀 쿡이 "전 세계에서 가장 역사적이고 야심 찬 복원작업이 이루어진" 매장이라고 평가한 곳이기도 합니다. 

 

 

마운트 버넌 스퀘어 (Mount Vernon Square)에 위치한 카네기 도서관의 모습 (June 25, 1911)

 

1903 1 7일에 워싱턴 DC. 마운트 버넌 스퀘어(Mount Vernon Square)에 문을 카네기 도서관은 현대적인 상업 지구의 중심에 있는 독특한 보자르(Beaux Arts)  건물로 마운트 버넌 스퀘어(Mount Vernon Square) 연결되어 있고 주변에는 녹지로 조성된 시민공원이 있습니다. 이곳 19세기 미국 철강업의 발전을 이끈 입지전적인 인물이자 자선사업가였던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의 지원으로 워싱턴 DC. 지역에 건축된 최초의 공공 도서관입니다. 참고로 카네기 1893년부터 1919년까지 1 3천만 달러를 투자해 전역에 걸쳐 1,700 여개가 넘는 도서관을 건설했으며, 미국 사회에 공공도서관의 개념을 알리는 역할을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서관은 설립 당시 워싱턴 지역에서 백인과 흑인이 함께 이용할 있었던 최초의 공공 도서관이라는 점에서도 중요성을 인정받아 1969 국립공원 관리청에 의해 국가 역사 장소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 등재되었습니다.

 

1970년까지 공공도서관으로 사용되다가 이용자의 증가로 마틴 루터 주니어 기념도서관 (Martin Luther King, Jr Public Library)으로 통합 이전되면서 문을 닫게 됩니다. 이후 10년간 공실 상태가 지속되다가 1980년에 컬럼비아 특별구 대학(University of the District of Columbia) 도서관으로, 1999 워싱턴 역사 학회(Washington Historical Society) 본부로, 2003년부터는 2 정도 시립박물관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주변 지역이 범죄와 마약거래의 온상지로 변질되면서 현실적으로 활용은 쉽지 않은 실정이었습니다. 시립 컨벤션 센터의 남쪽에 위치한 좋은 입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2005년 이후부터는 입주 단체를 구하지 못한 채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비영리기관인 Event DC에서 운영하는 결혼식이나 피로연 장소로만 활용되곤 했습니다. 전에는 국제 스파이 박물관의 이전을 추진했지만, 기존 도서관 건물에 63,000 Sf 규모의 유리로 추가 구조물의 추가 설치를 요구하는 바람에 워싱턴 역사보존 위원회에 의해 사업 제안이 기각되면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2019년 복원작업 후 새롭게 단장된 애플 카네기 도서관 매장 전경, Apple Inc.

 

마땅한 입주단체를 구하지 못하던 2016년 12월, 워싱턴 DC. 정부에 뜻밖에 기회가 찾아오게 됩니다. 애플 (Apple, Inc.) 부터 카네기 도서관에 번째 애플 매장을 열고 싶다는 제안을 받게 것입니다. 워싱턴 DC. 지역에 추가로 매장을 계획이 있던 애플이 카네기 도서관 임대에 대한 가계약서에 서명하자, 워싱턴 시장인 뮤리엘 보우져 (Muriel E. Bowser) 애플 매장이 워싱턴 D.C. 유구한 역사와 지속적인 경제 부흥을 연결하는 역할을 것이며, 시의 소매시장을 강화하고 세계의 기업들에 워싱턴 DC.가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애플은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복원하면서도, 대중 공연, 예술 전시회, 교사들을 위한 워크숍, 학생들을 위한 코딩 수업  다목적으로 활용될  있는 열린 공간이   있도록 설계하겠다는 포부를 미디어를 통해 알리게 됩니다. 실제로 애플은 보존 전문가를 고용해서 도서관이 세워졌던 20세기 초반의 전면부와 내부 공간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습니다. 다수의 애플스토어 디자인을 담당했던 포스터 파트너스(Poster+Partners)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Jony Ive) 손잡고 워싱턴 DC.  문화적 상징물  하나인  도서관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I love the synergy between old and new, the juxtaposition of the historic fabric and contemporary design. In its ‘new’ phase of life, Apple Carnegie Library will be a way for us to share our ideas and excitement about the products we create, while giving people a sense of community and encouraging and nurturing creativity. It has been a significant honor to restore the Carnegie Library for the people of Washington, D.C." - Jony Ive

저는 옛것과 새것-역사 건물과 현대적인 디자인 사이의 동반 상승효과를 좋아합니다. 새롭게 태어난 애플의 카네기 도서관은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창의성을 배양하고 격려하는 장(場)임과 동시에 우리가 만든 제품들에 관한 생각들과 기대를 공유할 있는 통로가  것입니다. 워싱턴 D.C 시민들을 위해 카네기 도서관을 복원하는 작업은 (저에게) 대단한 영광이었습니다”
-
조니 아이브

 

새롭게 단장된 애플 카네기 도서관 매장 전경 (좌) 카네기 도서관 1층의 과거와 현재 모습 (우), Apple Inc.

 

 

 

전시공간과 워싱턴 역사학회 사무실로 사용중인 2층 모습, https://9to5mac.com/

 

2019 5 11, 애플은 3년의 공사 끝에 애플 카네기 도서관을 대중에 공개하게 됩니다. 그동안 공실 되었던 건물은 각 층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과거 카네기 갤러리로 사용되었던 지하는 애플의 회의실을 비롯해 지역의 예술가들과 창조적인 사람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이벤트를 위한 공간으로 재 단장되었고, 1층은 애플의 다양한 제품들을 전시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꾸며졌습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2층에 입주한 워싱턴 역사학회 (The Historical Society of Washington D.C.)와 협업하여 지역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사업들을 함께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애플 카네기 도서관 매장이 위치해 있는 마운트 버넌 스퀘어는 전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고급 쇼핑 복합 센터에서 불과 블록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한때 범죄와 마약에 방치되면서 위험지역이었던 다운타운은 2015 1 달러를 투자로 조성된 고급 주거지를 품은 쇼핑 복합 센터인 시티센터 디씨(CityCenterDC) 들어서면서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쇼핑 지구로 탈바꿈했고, 이곳에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Poster) 설계한 콘도를 비롯해 테슬라(Tesla) 자동차 전시장, 에르메스(Hermès), 구(Gucci) 상설매장, 모모푸쿠(Momofuku) 유명 브랜드 점포들 입점해 있습니다

 

이런 정황들만 보자면 애플이 방치되어 있던 카네기 도서관에 관심을 갖게 동기의 순수성에 대해 의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고급 주거와 상가단지가 조성된 상태에서 역사 건물의 가치에 대한 공익적 투자보다는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할 있는 사업 전략이 아니냐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그것입니다. 실제로 애플의 입점 소식이 공식화되면서, 지역 공동체의 역사를 간직한 카네기 도서관이 대기업의 상업공간으로 전용되는 것에 대해 많은 역사보존가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들은 애플스토어가 도서관 건물에 입주할 경우 도서관 주변에 조성된 도시공원이 사라질 것과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던 도서관 건물의 원형이 상업적인 보수공사에 의해 훼손될 것을 우려했고, 각종 언론에서도 애플의 입주 허가를 두고 워싱턴 DC. 기회비용(Cost of Opportunity) 너무 높다고 성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애플 매장은 여타 다른 소매상점들이 이미 입점해 있는 CityCenterDC 같은 쇼핑 복합 센터가 나은 장소일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심지어애플사의 우스꽝스러운 기업 허영심이 지역의 역사자원을 하찮은 전자제품 가게로 변질시키고 있다거나카네기 도서관의 역사적 명성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상품 전시장을 공공의 보물 (public treasure) 만들려고 한다 등의 공격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게 됩니다.

 

보자르 풍 우체국 건물을 재활용해서 뉴욕의 소호(SoHo) 지구에 문을 연 애플 주력 매장 모습, Apple.com

 

물론 애플이 언론을 통해 워싱턴 DC. 새로운 매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수는 없지만, 과거 애플이 미국의 상업의 심장인 뉴욕에서 주력 독립 매장을 열었던 방식을 들여다보면 어떤 실마리를 발견할 있을지도 모릅니다.

 

“We wanted to recognize and honor [Apple] for good stewardship of historic buildings…We thought that it was important to highlight how they can marry high tech with distinguished architecture… Apple recognizes—and I think its employees recognize—that distinctive architecture is a much more creative environment” -Peg Breen, The New York Landmarks Conservancy President

우리는 애플이 역사 건물들을 관리해 공로에 경의를 표하기를 원했습니다애플이 그들의 첨단 기술을 눈에 띄는 건축과 조화시키는 방법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애플과 직원들은 독특한 건축이 훨씬 창의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브린, 뉴욕 랜드마크 보존위원회 의장

 

2016 3 9, 영리 단체인 뉴욕 랜드마크 보존위원회 (The New York Landmarks Conservancy) 지역의 역사 자산을 보존하고 창의적인 복원을 통해 다수의 역사 건물들을 활용한 애플 사의 공로를 인정해 의장상(Chairman’s Awards)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1988년에 제정된 상은 뉴욕의 건축유산을 보호하는 헌신한 기업이나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기존의 역사보존에서 활동하던 단체가 아닌 세계적인 테크 기업인 애플의 수상은 수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2000년부터 애플은 기존의 상업시설 안에 매장을 입점시키는 전통적인 전략 (Store-within-a-store) 벗어나 애플만의 고유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새로운 주력 독립 매장들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2001 5 애플 매장 1호점이 페어팩스 카운티에 문을 열면서 처음 3 동안 10 달라 이상의 매출 달성에 성공을 거둔 이후, 세계 각지에 뭔가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있는 건물들을 고치거나 수리하여 입점하는 전통적인 애플의 입점 전략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미국에서 오랜 역사도시  하나인 뉴욕 맨해튼도 그 중 하나입니다. 애플이 그동안 세계 각지에 문을 애플 매장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되는 소호(SOHO, 2002), 웨스트 14번가 (West 14TH Street, 2007), 그랜드 센트럴 (Grand Central Station, 2011),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 2015)가 모두 뉴욕 위치하고 있으며, 네 곳 모두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역사 건물들의 활용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이런 애플의 행보는 유리와 철로 구성된 고층건물들로 뒤덮여 있는 뉴욕의 도시 경관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고, 세계적으로 신뢰받고 있는 최고의 혁신기업에 의해 '새로운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Newer is not always better)'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알리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1922년에 건립된 보자르 양식 은행건물을 개조하여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에 문을 연 애플 주력 매장, Apple.com

 

애플의 새로운 매장 계획은 종종 지역사회의 반대 목소리에 부딪혔지만, 1920년대에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 세워진 미국 부동산 신탁은행(U.S. Mortgage & Trust Bank)처럼 기존의 건물을 재활용하여 매장을 여는 방식을 통해 뉴욕의 역사경관을 유지하는 공헌했습니다. 특히 애플 매장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보린 키윈스키 잭슨 (Bohlin Cywinski Jackson) 건축사무소는 1170 평방미터 규모의 오래된 은행 건물을 새롭게 디자인하면서 대리석 입구, 계단, 바닥 등을 원형대로 복원하고, 건물 설립 당시에 있었던 여섯 개의 샹들리에를 재현하는 초창기 은행 건물의 모습을 세심하게 복원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웨스트 14번지에 뉴욕 랜드마크로 지정된 창고형 건물을 활용한 애플 주력 매장, Apple.com

또한 2011년에는 소호(SOHO, 103 Prince St) 지역에 있던 1920년대 지어진 우체국(U.S. Post Office)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두고 추가로 필요한 공간만 확장하여 매장을 열었습니다. 웨스트 14번가에 문을 연 매장도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상점들과 산업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갠스부르트 마켓(Gansevoort Market) 역사지구의 미트패킹 지구(Meatpacking District) 있는 3층 규모의 건물을 재활용해서 완성되었습니다. 

 

뉴욕 그랜드 센트럴 역사(Grand Central Station)에 위치한 애플 맨하튼 주력 매장, Apple.com

 

뉴욕에 문을 애플 매장 중에 가장 돋보이는 곳은 바로 뉴욕의 가장 중요한 역사 랜드마크 중의 하나인 그랜드 센트럴 내부에 2011 문을 애플스토어입니다. 103 역사의 보자르 양식으로 지어진 역사 내부 발코니에 문을 매장은 기존의 건물에 어떤 물리적 변형 없이 소규모의 인테리어 공사만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매일 70 명이 오고 가는 역사의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애플의 제품을 시연해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면서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매장이 되었습니다. 

 

영국 런던 리젠트 가(Regent Street)에 문을 연 애플 주력 매장(좌), 프랑스 파리에 문을 연 오페라 애플 매장 (Opera Apple Store)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두 번째로 문을 연 애플 매장

 

스페인 마드리드의 Puerta del Sol 호텔 (좌) 애플 매장으로 변신한 호텔의 모습 (우)

 

사실 애플이 오래된 역사 건물을 활용해 매장을 것은 뉴욕뿐만이 아닙니다. 2004년, 유럽 지역에서는 최초로 문을 연 영국 런던의 리젠트 (Regent Street)의 애플 주력 매장은 1898년에 베네치안 모자이크 작가인 안토니오 살비아티 (Antonio Salviati)가 지은 건물로 2등급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2013년에 문을 연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애플 Kurfürstendamm 매장 역시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되면서 이오닉 양식의 기둥렬이 인상적인 역사 건물을 활용했습니다. 2016년, 프랑스 파리에 있는 애플 주력 매장은유서 깊은 전통 시장의 유명한 역사 건물인 Palais Garnier opera house 맞은편에 있는 오래된 은행 건물을 개조한 것입니다. 애플이 기존의 오래된 건물들을 수리한 입주하면서 성공적인 평가만을 받아 것은 아닙니다. 마드리드 중앙광장에 위치한 애플 푸레르타 델 솔 (Puerta del Sol) 매장의 경우, 1936년부터 호텔로 사용되었던 역사 건물을 건물주가 애플의 입점을 위해 상점과 오피스 건물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명물이던 옥상의 티오 페페 (Tío Pepe) 네온사인 이미지를 철거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We should liberalize our notion of what constitutes an acceptable reuse strategy for grand-dame civic buildings.”

 

 

오늘 소개한 카네기 도서관의 활용사례는 우리에게 역사보존과 관련된 아주 까다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역사 건물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 인가'라는 문제와 '건물 고유의 용도를 유지하는 것과 활용 사이의 적절한 선은 어디인가'라는 문제입니다. 난감한 질문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은 역사 건물을 재활용할 경우 지켜야 10가지의 사항을 아래와 같이 권고하고 있습니다.

 

1.       역사 건물은 원래 건축될 당시의 용도 혹은 독특한 재료, 특성, 공간, 공간적 관계들에 대한 최소한의 변형을 통해 새로운 용도로 사용될 있습니다
2.       자산의 역사적인 성격은 유지되고 보존되어야 합니다. 역사 건물의 독특한 재료를 제거하거나 특성, 공간, 공간적 관계를 변형시키는 행위는 피해야 합니다.
3.       각각의 자산은 시간, 장소, 사용을 알려주는 물리적인 기록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역사적인 발전을 허위로 전달할 있는 변화들, 예를 들면 다른 역사 자산들에서 참고한 특징 혹은 요소들을 추가해서는 안됩니다.
4.       자체로 역사적 중요성을 획득한 자산들은 유지되거나 보존되어야 합니다.
5.       자산을 특징할 있는 독특한 재료, 특징, 마감, 건설 기술 또는 장인정신은 보존되어야 합니다.
6.       오래되어 훼손된 역사적 특징은 교체 대신 수리되어야 합니다. 훼손의 정도가 심해서 독특한 특성을 교체해야 경우에는 새로 교체된 특징은 원래 있었던 것과 디자인, 색상, 질감이 일치해야 합니다. 분실된 특성을 교체해야 경우에는 반드시 관련 서류와 물리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7.       화학적 혹은 물리적 처리는 가급적 가장 안전한 수단으로 실시되어야 합니다. 역사 재료들을 훼손할 있는 처리방식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8.       고고 자원들은 원래의 장소에서 보호되고 보존되어야 합니다. 그런 자원들이 훼손될 경우 완화 조치들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9.       새로 추가된 것들과 외형의 변화 혹은 관련된 신축공사로 인해 자산의 특성을 보여주는 역사 재료, 특성, 공간적 관계를 파괴해서는 안됩니다. 새로운 작업은 원래의 작업과 차별화되어야 하고, 자산과 주변 환경의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해 역사적인 재료, 특성, 크기, 규모, 비례, 볼륨감과 호환 가능해야 합니다.
10.    새로 추가된 것들과 인접하거나 혹은 관련된 신축공사는, 향후 제거될 경우, 역사 자산과 주변 환경의 필수적인 형태와 완전성이 손상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일본 교토시 시조(Shijo)에 문을 연 애플 주력 매장, www.patentlyapple.com

 

애플의 혁신적인 매장 디자인을 통해  해석된 다양한 역사 건물 활용 사례들에 주목해야  점은 미니멀한 건축과 인테리어 철학을 바탕으로 기존 건물들의 원형에 대한 변형을 최소화하면서도 장소의 역사적 중요성을 전달하는 요소들을 함축적으로 재현해서 주변 경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 건물을 재활용한 사례는 아니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전통의 멋을 담은 교토 최초의 애플 매장입니다. 일본식 등불의 모습을 차용해 만든 외관과 일본의 전통 목조 가옥의 세부를 응용한 2 인테리어를 포함한 3층짜리 건물 전체는 온전히 교토의 전통과 현대를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가득  있습니다. 한국의 가로수 길에 들어선 애플스토어 1호점 역시 건물을 포함한 기존의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가 공공소유의 역사 건물에 입주하는 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어쩌면 상업적 활용에 행여 건물의 역사적 진정성과 완전성을 해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정부 같은 공공기관에서 소유한 역사 자산은 세금으로 유지와 관리가 이뤄지는 공공재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용도 역시 비영리적 공공성이 깃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애플 매장으로 변신한 카네기 도서관 건물은  이상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지역사회의 유산이 아니라 단지 전화기를 파는 소매점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적이던 공적이든 간에  '쓰임'으로 인해 건물은 당면한 시대적 맥락과 어울리는 존재의 이유 찾고,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신축 개발의 압력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샌프란시스코 유니온 스퀘어 애플 주력 매장에서 콘서트와 이벤트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Apple.com

애플의 주력 매장 입점 전략을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사고에서 애플의 로고를 떼어내고 유심히 들여다보면 역사 보존학에서 강조하고 있는 도심 장소 만들기(place-making) 기본 접근법인 공동체의 역사, 문화, 환경적인 맥락을 고려한 디자인 접근법(contextual design approaches) 추구하는 애플의 독특한 경영 철학은 분명 21세기 지속 가능한 도심 공동체를 추구하는 계획기법과 많이 닮아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애플의 비전이나 제품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교육과 역사 보존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관리와 운영에 대한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어 있다면 의심의 여지없이 오래된 공공건물을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은 동결보존입니다. 문제는 한정된 정부의 예산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대 도시의 다양한 환경변화와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있는 핵심인현실적 쓰임 대한 피할 없는 요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네기 도서관에 대한 워싱턴 DC. 결정은 공공건물의 재활용에 관한 우리 시대가 수용할 있는 유연한 재활용 전략의 필요성을 보여준 흥미로운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앤드류 카네기가 미래 세대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100여 년 전에 D.C. 의 공공도서관을 기증한 것처럼, 애플이 워싱턴 DC. 에 재투자한 것은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업적 가치투자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감상적 해석일까요? 

 

* 역사 건물의 활용에 관한 유사한 사례를 읽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신성한 공간(空間)에서 세속적 장소(場所)로-공실 된 교회의 불편한 변신에 대한 몇 가지 제안

Uncomfortable Transformation of Historic Churches from Sacred to Secular: Reuse of Historic Churches Beyond Religious Memories 다양한 문화 자산 중에서 건축은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이 반영된 시..

historic-preservation.tistory.com

 

JELoM의 Tistory 블로그는 '쉽고 유익한 역사보존'을 주제로 독자들과 열린 소통을 지향합니다. 역사(history), 문화 (culture), 환경 (environment)을 주제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각 나라의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도시에서 오래된 것들이 가지는 오늘의 의미와 미래를 위한 가치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